호주삶

호주는 동성애자의 천국? 시드니 마디 그라 축제

tvbodaga 2019. 12. 13. 23:37



1. 경찰과 카톨릭 신자도 참가하는 동성애자 축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일종의 문화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 시드니 게이 레즈비언 축제인 마디 그라(Mardi Gras)이다.   이 마디 그라의 대표적 이벤트인 마디 그라 퍼레이드는 매해 3월 첫째주 토요일에 열린다. 무려 3시간여에 걸쳐 시내의 옥스퍼드 스트릿을 중심으로  열리는데, 우리에겐 아직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한지라 처음 이 퍼레이드를 보면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몸짱과 드래그퀸의 만남(?)



시드니에서 일년 중에 하는 축제중 그 규모면에서 새해맞이 불꽃놀이, 부활절 이스터 쇼, 안잭 데이 퍼레이드와 더불어 거의 4대 축제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호주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이 축제를 보기 위해 30만명이 거리를 메우고, 퍼레이드가 잘 보이는 길 옆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 이미 낮에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시드니가 이 행사를 허가하고 지원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 축제 동안 외국 관광객들로 부터 벌어들이는 "핑크 머니"를 무시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거리축제는 1978년 7월 24일 50명의 동성애자들이 동성애에 대한 차별에 대항하여 가두 시위를 하다 경찰에 전원 체포된 것이 시초이다. 그 후 이 시위는 퍼레이드로 바뀌고 정부의 허락하에 해를 거듭할 수록 그 규모가 커져 올해는 이 축제에 즈음하며 120개의 행사가 열리고 퍼레이드에만 116개의 팀에 7500명이 세계 35개 국가에서 참가를 한다.

 

사회적 편견을 받는 성적 소수자라는 이유때문에 이 날 퍼레이드 에서만은 그들의 성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하여 노출이 심한 의상이 우리에겐 좀 낮설지만 구경하는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도 환호성을 보내고 음악에 맞추어 춤도 추며 이 퍼레이드를 즐긴다.

 

퍼레이드는 단지 그들의 성정체성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 고용문제,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도 많은 부분을 차지해 일반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받는다.

 



그리고 인상적인 점 하나가 이 퍼레이드에는 동성애자들만 참석하는게 아니라 많은 일반 시민들도 자신들이 속한 단체를 대표하여 참가하며, 동성애자들의 가족들도 손에 손을 잡고 행진 한다는 것이다. 더욱 놀랍고 신기한 것은 경찰, 소방관, 정치하는 정당들, 동성애를 강하게 반대하는 교회, 천주교 단체들도 참가한다. 호주 경찰에는 동성애자 차별 범죄 담당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2. 동성애자인줄 몰랐던 직장동료.


아침부터 시내가 어수선하다. 노출이 심한 복장의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발코니에서 보이는 공원에는 사람들이 모여 춤연습에 한창이다. 바로 오늘이 마디 그라가 열리는 날이다. 구경삼아 카메라를 들고 그들이 퍼레이드 연습을 하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바로 이 사람, 카메라로 이리저리 촬영을 하는데 이 일본복장의 화려한 의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인물사진은 망원렌즈로 촬영을 했는데 이 분은 즐기시듯 포즈를 취해주신다. 나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촬영을 하길래 나도 그들 사이에서 이 분 촬영을 했다. 그러다 이분하고 눈이 마주쳤는데 이분이 나에세 뭐라 뭐라 한다. 그러나 여러 그룹이 춤연습을 하느라 틀어나오는 음악에 무슨말이지 모르고 그냥 인사정도인 줄 알고 그냥 땡큐의 의미로 손을 들어주고 다른 장소로 옮겼다.


그렇게 촬영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고 그날밤 마디그라 퍼레이드가 있었다. 마디그라 퍼레이드에는 가지 않았고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출근을 했다.  


그런데 직장에서 일을 하다 한 직장동료와 마주쳤다. 한 130여명이 일하는 회사라서 그냥 안면이 있는 직장동료였는데 그가 반갑게 유난히 인사를 한다. 나도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그가 하는말 '내 사진 잘 나왔어?' 


뭔소리? 


그 직장동료가 하는말. '지난주 토요일 공원에서 내 사진 찍었쟎아?'


'내가 언제?'


그러자 그 동료가 웃으며 그럴줄 알았다고, 자기가 나한테 인사하고 불렀는데도 내가 아는체도 안하고 그냥 사진만 찍고 가더란다. 


바로 그 일본인 복장을 한 그 사람였다. 세상에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달라 보일 수가. 그 직장동료가 그 공원의 그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본래 짧은 머리에  남태평양 군도 출신이라 덩치도 산만하고 구렛나루까지 있는 사람인데.


그 다음날 블로그에 업로드시킨 사진을 보여주니 너무 좋아한다. 프린트해서 액자로 담겠다고 하니 나름 내사진이 맘에 들었나 보다. 혹시 내사진이 아니라 내가 맘에 들었나?


여튼 그 일이 있고나서는 유독 살갑게 굴고 친하게 됐다. 얼마전에 그의 사진을 책에 넣어도 괜챦겠냐 했더니 '영광' 이랜다. 표지로 쓰라고까지 했다. 


 이래저래 게이 친구를 한명 또 가지게 됐다. 이 친구 말고도 학교친구나 직장동료중에 동성애자 친구들이 몇명 더 있다. 본인들이 커밍아웃을 대부분 한 경우라서 자연스럽게 동성애자 관련된 이야기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거부감이 든다든가 이상한 느낌은 전혀 안든다. 그들의 파트너도 본적이 있는데 다들 한외모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주라고 해도 커밍아웃하는데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닌듯하다. 그러나 가족들의 인정을 받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그들을 보면 대단하다. 이미 호주에서는 동성애자 파트너들을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의료보험 혜택등 모든 것이 이성애 부부와 동일하다.


우리나라에서 마디 그라정도의 동성애자 퍼레이드에 그들의 권리를 정부에서 인정받으려면 아마 강산이 몇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게이이든 스트레이트이든 다 똑같은 인간이다. 성정체성 때문에 차별 받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