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되 꼼꼼하다... 기다림에 익숙해져라
2019. 12. 13. 23:38ㆍ호주삶
호주에 처음와서 호주인들의 '느림'에 적응이 안되서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가장 나를 미치게 한 것은 은행. 지금은 인터넷뱅킹이 일반화되어 은행갈 일이 없고, 특별한 경우로 은행을 간다고 해도 은행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일을 볼 수가 있지만 몇년 전까지만해도 정말 은행을 가는 일이 고역였다. 길게 늘어진 줄, 은행창구가 6개 정도 된다면 직원은 3명정도 밖에 없고, 무슨 할 애기들이 많은지 창구직원들은 손님들과 이야기 꽃을 피운다. 신속업무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은행업무에 익숙해져 있다가 호주은행에서 일을 보는 경우는 정말 짜증였다.
누가 '코리아 타임'이라 했는가. 호주인들과 약속을 하면 정말 시간을 안지킨다. 관공서에 미리 약속을 하고 가면 이미 와 있는 손님과 이어지는 상담으로 나의 약속시간은 뒤로 미루어진다. 관공서를 가도 그렇고 병원을 가도 그렇고 항상 오래 기다려야 하고 과정은 느리고 결과는 한참을 걸린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나처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들 조용히 기다린다. 그런 기다림이 너무나 익숙한 그들을 볼때면 '빨리 빨리'문화에 익숙한 내가 문제인지 느려터진 호주인들이 문제인지 혼란스럽기 까지 했다.
호주사회가 좀 천천히 돌아간다. 가장 큰 원인은 일단 거대 땅덩어리에 적은 인구로 경쟁이 김하지 않고 1등만 알아주는 사회가 아니란데 있지 않나한다. 더군다나 풍족한 자연소스와 천혜의 자연환경은 사람들을 여유있는 사람들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것은 이들이 일을 하는 방식이다. 호주인들은 작은거 하나 하나 다 일일히 꼼꼼하게 보고 읽고 체크한다. 우리같으면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서류상의 약관들을 일일히 체크하고 확인한다. 그렇게 오래 걸려서 내놓은 결과물들은 항상 정확하고 안전하다.
특히 비자전환이나 영주권 신청에서는 정말 놀랄정도로 치밀하다. 시간은 정말 오래걸리는데 잘못된 서류는 정확하게 짚어서 보완서류나 정확한 증빙자료를 요구한다.
관공서와 관련된 일이나 병원혹은 무슨일이든지 호주인과 관련해서 처리해야 될 일에는 항상 '생각보다 오래'라는 마음가짐을 미리 해두어야 한다. 특히 비자나 영주권 신청등 하루빨리 결과물이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경우에는 더욱 더 마음을 다잡고 기다려야 한다.
호주에서 생활하려면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덜 스트레스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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