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이민이었건만

2019. 12. 14. 17:48유학이민


셀렉티브 스쿨중 하나인 시드니 보이스 하이 스쿨(Sydney Boys High School)


요즘 호주 중등교육의 최대 화두이자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자녀를 둔 한국인 이민 가정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셀렉티브 스쿨(Selective School)이다. 우리나의 특목고를 생각하면 좀 쉬운데, 초등학교를 마친 5학년 6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뤄 들어가는 중등학교이다. 호주의 중등학교는 공립, 사립으로 나누어 졌었는데, 공립학교보다 시설과 교육환경에서 우수한 사립학교가 귀족화가 되고 학비가  비싸지면서 공립학교의 질적향상과 함께 대학입시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더 집중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자는 목적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공립학교의 일부가 셀렉티브 스쿨로 변모했다. 현재 뉴사우스웨일즈에 17개 학교가 완전 셀렉티브 스쿨이고 9개의 공립학교가 부분적인 셀렉티브 스쿨과정을 두고 있다. 멜버른에는 4개 학교가 셀렉티브 스쿨이나 더 늘어날 전망이다.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사립학교를 진학할 수 없는 공부잘하는 학생들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순방향으로 진행이 되었다. 시험을 치뤄 걸러진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입시 커리큘럼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셀렉티브 스쿨과 만나면서 이들 학생들의 호주명문대학 입학률도 높아졌다. 호주 교육계에서는 사립교육의 대안으로 셀렉티브 스쿨의 성공을 축하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바로 비영어권 이민자들의 자녀들. 이민1세대 부모들일 수록 자녀들이 호주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열망이 강했고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직보다는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는 아시아 이민자들 특유의 대학교육열이 그대로 재현되었다. 여기에  학비가 들지않는데다가 일단 입학만 하면 대학입시는 따논당상이라는 인식이 아시아계 이민자 부모들에게 자리가 잡이면서 너도 나도 셀렉티브 스쿨로 자녀들을 넣기위한 전쟁아닌 전쟁이 일어났다.

호주에서 태어난 외국인 자녀들과 함께 외국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이민을 온 1.5세대들이 셀렉티브 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선택한 것은 바로 사설학원과 과외였다. 최근 몇년사이에  거의 우리나라 강남 사교육 열풍을 방불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민잡지마다 사설학원 광고가 넘쳐난다.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형학원이 성공하면서 한국인 자녀뿐아니라 인도, 중국, 동남아 자녀들이 방과후에 한국인 학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들은 주입식 교육과 오직 답을 맞히기 위한 암기 위주의 공부가 성행했다. 결국 한국형 학원의 주입식교육으로 학원에서 공부한 이민자 자녀들의 셀렉티브 스쿨 합격율은 높아지나 영어대화조차 제대로 공부안된 학생들이 입학하면서 교육계의 논란으로 이어졌고 셀렉티브 스쿨 시험에 객관식 문제형에서 주관식 문제형으로 바뀌는 일까지 발생했다. 2010년 뉴사우스웨일즈주의 셀렉티브 스쿨 응시 지원자의 60%,  합격생의 52%가 비영어권 출신 학생이다. 

결국 사교육이나 과외를 모르고 학교수업만으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진학하던 셀렉티브 스쿨은 사교육의 광풍을 몰고왔고 호주 언론에서 '합격생 대부분이 사교육을 받은 아시아계 학생이다'라는 고발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입시지옥에서 벗어난 쾌적한 교육환경에서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온 이민자들이 기존의 호주 교육제도까지 바꾸게 했고, 자녀들은 또다시 입시 지옥으로 몰리는 사태가 벌어졋다. 물론 우리나라 입시 지옥에 비교한다면 아직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방과후에 사설학원에 다니지 않는 호주현지인들의 자녀에 비해 내가 만난 대부분의 자녀들은 방과후에 사설학원을 다닌다.

모든 이민자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분은 아이들을 위해 이민을 왔고 아이들만은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그대로 이어져 아이들도 자유롭고 입시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중이다. 물론 그들이 대학을 가기를 원하기만 한다면 부모들은 적극적으로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고 대부분의 호주인 자녀들처럼 정부의 지원아래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있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이민을 오지만 여전히 한국에서와 같은 입시지옥을 만드는 것도 부모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