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장과 너무나 다른 호주 직장문화

2019. 12. 14. 17:35호주삶

크리스마스 파티 전 시크릿 산타 이벤트중 부서 동료들을 '찰깍'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인원150여명이 일하는 준연구소이다. 현재 직장에서 풀타임 스탭으로 일한지는 5년이 되고 있다. 그동안 느낀 한국직장과 다른 호주직장문화에 대해서 적어본다.

1. 업무후 회식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있는 업무후 회식이 없다. 퇴근시간이 4시면 다들 퇴근을 하며 부서별 회식이라곤 1년에 딱 한번이다. 바로 크리스마스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를 제외하면 공식적인 회식이 없다. 크리스마스 파티는 3개의 이벤트가 있는데, 시크릿 산타라고 이름이 적힌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씩 뽑아 크리스 마스 이브전날에 모여 각자 선물을 주는 것이다. 선물받은 사람은 누가 선물한것인지 모른다. 부담을 아주기 위해 가격은 20달러 안에서 사도록 정해져 있다. 이날 내가 받은건 아이튠스 20달러 카드였고 내가 선물한 것은 영화 선물권이었다. 그다음에는 점심을 근처 레스토랑에서 하고, 저녁은 회사 전체가 모이는 크리스마스겸 새해 파티가 진행된다. 호주에서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휴가이다. 

업무후 회식은 없지만 일과중에 부서직원이 다 모이는 간이회식이 있다. 바로 부서원이 생일인 경우. 팀원중에 한명이 생일이면 일단 3시반에 모두 모여 케잌을 자르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각자 모은돈으로 준비한 선물과 생일 카드를 준다. 그러다 4시 퇴근시간이 되면 다들 퇴근을 한다. 직장과 관련된 회식이라면 당연히 업무중에 하며 퇴근이후는 본인들의 시간이므로 이시간을 이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4시 이후까지 남아 파티를 즐기는 것은 이제 각자의 선택이다.

부서원이 전직을 하던가해서 회사를 떠나는 날도 공식적인 업무후 회식이 없다. 그냥 생일파티처럼 3시반에 모여 카드와 케잌과 선물을 주며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눈다. 이런날은 퇴근시간에 맞추어 모퉁이에 있는 우리들의 아지트인  펍에 모여 술을 마시긴 한다. 물론 오고싶은 사람들만 모인다. 

공식적인 회식을 제외하고 친한 동료끼리 가끔 맥주 한잔정도는 한다. 역시나 같은 펍에 모여 술은 간단하게 한두잔으로 끝내고 다들 저녁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간다. 싱글들은 더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녁시간 맞추어 집으로 돌아간다.

2. 야근이 없다.

5년동안 일하면서 우리 부서에서 야근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회사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4시면 우리부서는 다들 퇴근한다.  나처럼 8시에 출근해 4시 퇴근하는 동료들은 보스가 남던 말던 정각4시에 퇴근한다. 동료중에 본인이 8시나 9시에 출근하면 하루 8시간을 채우게 되어 늦게 퇴근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야근을 요구하는 경우는 물론 정확하게 야근 수당이 지급되거나 보스와 상의해 다른날 일찍 퇴근하기도 한다.

야근하는 사람들을 안좋게 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굳이 낮에 8시간동안 일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 일을 시간내 처리못하고 야근을 한다는 것은 결국 일이 많아서라기보다 본인이 시간운영을 못했든가 낮에 업무외 일을 하진 않았을까란 의심을 받는 분위기다.

3.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

직장 상사들과의 관계가 상하 수직관계이기보다는 수평관계에 더 가깝다. 물론 상사의 지시를 받고 업무를 진행하지만 그가 나의 상사라서 혹은 연차가 높다고 권위의식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나는 나의 상사들을 좋아하고 인격적으로 존경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나의 상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인격과 그들의 사회경험이 나에게 존경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직장문화라 하기보다 유교적인 문화의 차이일터지만 회의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회사 사장이 온다고 혹은 지나간다 해도 자리에서 일어서는 법이 없다. 이것이 호주에 처음에 왔을때는 잘 적응이 안되었는데 나보다 상사나 연장자가 들어오면 으례이 인사를 하고 자리를 마련해주던 습성에서 사장이 와도 그냥 하던대로 쉬고 잡담하는 것은 매우 새롭고 신선(?)하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4. 직원 경조사는 간단히

부서의 직원에게 경조사가 있을 경우 이메일이 들어온다. 누가 결혼하니 혹은 아이를 낳았다니 그럼 카드가 들어있는 봉투가 돌고 알아서들 푼돈을 넣는다. 처음에 대체 얼마를 넣으면 좋을까 혹은 다른 사람들은 얼마를 넣을까 살짝 봉투안을 보았더니 대부분이 5달러(5천원)이나 2달러짜리 동전이 많았다. 이렇게 모인돈으로 꽃이나 와인을 사서 보내곤 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은 결혼식이나 병원에 찾아가기도 한다. 

장례식은 직원들이 직접 가기도 했다. 그때는 임신한 여직원의 아이가 사산 했을때였다. 출산중에 사망한 아기였는데 사산된 아기를 작은 관에 담아 가족묘에 묻어주는 것은 또다른 문화적 경험이었다.

5. 그러나 끈끈한 정은 없다

조금은 개인주의이고 많이는 합리주의적인 직장생활에서 가끔은 한국의 직장문화가 그리울때도 있긴하다. 속내를 들어내고 서로 부대끼면서 싹트는 정의 문화라고나 할까, 그런 맛이 호주직장에서는 없다. 우리 특유의 사람내음 나는 사람들 사이의 유대관계가 형성되기가 힘들다. 그런것만 이해한다면 개인적으로 차라리 호주직장문화가 더 편하긴 하다. 업무일을 마치고 정시에 퇴근하면 남는시간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취미생활이나 배우고 싶은 일들이다 하고싶은 일들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