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이 된 어그 부츠의 숨겨진 이야기

2015. 10. 7. 11:05호주삶



호주산 어그 부츠는 AUSTRALIAN MADE가 적혀있는 녹색바탕에 노란색 캥거루 마크를 달고 있다


혹시 어그부츠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 한번 상표를 확인해 보자. 호주산 정품 어그부츠로 알고 'UGG Australia' 라는 어그부츠를 샀다면 그것은 중국산 미국 짝퉁이다. 분명 Australia라는 국명까지 들어가 있는데 호주산 정품이 아니라고? 그럼 이제 어그부츠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그(UGG)부츠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20년대 호주에서다. 추운겨울 농장의 농부들이 집안에서 신던 양가죽 방한용 신발로서, 세계1차대전 당시에는 비행사들이 즐겨 신었다. 1930년대 들어서 Blue Mountains Ugg Boots에서 공장형 생산이 이루어졌고,  1950년대를 넘어 1960년대 부터 호주의 서퍼들이 즐겨 신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어그 부츠가 패션 아이템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어그 부츠의 UGG자체가 Ugly(못생긴)에서 왔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패션하고는 거리가 먼 신발이었기 때문.

호주에서 어그를 즐겨신던 서퍼중 한명인 브라이언 스미스(Brian Smith)가 1979년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어그 홀딩스(Ugg Holdings, Inc)란 회사를 차리고  어그 부츠를 팔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UGG Boots'라는 상표권을 세계 25개국에서 출원한다. 그러다가 1999년 모든 상표권을 미국 회사인 데커스 아웃도어(Deckers Outdoor Corporation)에 파는데, 'UGG'라는 상표권를 사드린 데커스는 ' 어그 오스트레일리아(UGG Australia)' 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한해 7백만달러의 공격적인 마켓팅을 시작한다.  할리우드 케이트 허드슨, 파멜라 앤더슨, 사라 제시카 파커, 수퍼모델 케이트 모스등이 즐겨신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어그 부츠 돌풍이 일어난다. 물론 패션용이 아니더라고 추운 겨울에 발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온효과가 훌륭하다.

미국에서 시작된 어그 부츠의 돌풍은 세계로 퍼져 나갔고 덩달아 인터넷주문이 폭주하면서 호주 지역 어그 제작업자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2004년,  인터넷을 통해서 호주 어그 부츠가 날개돋힌 듯히 팔리자 데커스에서 호주 어그 제작업자들을 상대로 상표권 주장을 하며 모든 어그 부츠 제품에 어그(UGG)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다. 

호주 업자들은 '이렇게 황당할 수가'라며 조직적으로 법정투쟁을 하고 '어그' 란 '양가죽을 이용한 방한용 신발'을 말하는 일반명사이지 특정상품의 이름이 아니라고 주장하여 결국  승소한다. 물론 어그의 본고장인 호주에서 어그를 사용하지 말라는데 호주 법정에서 데커스에 손을 들어줄리가 만무하다. 2004년 당시 어그 부츠 소송은 과히 '어그 전쟁'이라 불릴정도로 호주에서 화제가 되었다.  결국 호주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UGG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가 없다. 데커스의 상표권이 적용되는 미국에서는 호주 어그 부츠도 어그가 들어가지 못하고 'Australian sheepskin boots'란 이름으로 판매가 된다.

'어그 오스트레일리아'의 또다른 문제는 '정체성'의 문제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라는 국명을 이용하면서 어그 오스트레일리아의 모든 어그 부츠 제품은 호주산이 아닌 Made in China 제품이다. 전후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그 오스트레일리아'가 호주제품인줄 알고 사게 되는데 호주랑은 완전 무관한 제품인 것이다.

현재 호주정부는 호주에서, 호주의 양을 이용하여 제작된 모든 어그 부츠 제품에 'Australian Made' 라고 적혀있는 녹색 바탕에 노란색 캥거루 꼬리표를 달게 하여 미국산 '어그 오스트레일리아'와 차별화를 두고 호주정품임을 강조한다.

혹시 호주산 어그 부츠를 사고자 한다면 이 꼬리표를 확인하라,  미국산 짝퉁에 비해 질도 좋고 가격도 더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