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개를 먹는 야만적인 나라?

2019. 11. 27. 15:07한국과 호주

"한국은 개를 먹는 야만적인 나라", 우리나라를 규정짓는 대외 이미지 중에 하나 입니다. 한번 굳어진 이미지는 정말 바꾸기가 힘든가 봅니다. 외국에서 살던지 여행하던지 아님 외국인을 만나던지 한번쯤은 언급되는 대화의 주제이기도 하고, 잊어버리고 살만한면 방송이나 미디어에서 한국을 소개하며 꼭 한번은 건드리고 갑니다. 

캡쳐(C)4월3일자 시드니 모닝 헤럴드



시드니 대표적 일간지인 시드니 모닝 헤럴드 지난주 4월3일자, 서울시에서 개를 가축화 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에 추진중이란 기사가 올라 왔습니다. 그동안 개를 가축화 하지 못한 결과 관리가 힘들었다는 전제로 앞으로 개를 가축화하여 닭이나 소처럼 정부가 사육, 도축을 관리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고기 찬성론자들 입장에서는 이 법안을 반길테지만 동물 애호가들 입장에서는 강력 반대를 하겠지요.

아래는 영국 BBC에서 제작되어 호주 공중파에 방송된 우리 나라 개고기 관련 프로그램입니다. 전에 적은 글인데 이번 개고기 합법화 논의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추가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 BBC방송의 한채널인 BBC4 "Cooking in the danger zone"이란 프로그램 입니다. 제작자이자 진행자는  스테판 게이츠(Stefan Gates)란 사람인데 16년동안 방송활을 했고, 평소 알려지지 않은 음식이나 논란이 되는 음식과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보는 내내 프로그램에 등장한 가이드 해주시던 여자분, 개농장을 하시는 분, 우리나라 방송 스탭분, 스님, 시장에서 개고기 파시는 분, 개고기를 소개하는 박사님, 우리들의 부모님처럼 순박하시게 보신탕을 드시던 분들 모두 보신탕이 외국에 잘못 전달되면 어떻하나 노심초사하며 이 외국인 저널리스트에게 어떻하면 우리의 보신탕을 설명하고 이해시킬까,  그 모습들에 정말 안타깝고 좀 서글픈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좋게 그려진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진행자 스테판씨의 고민하는 모습도 이해가 됩니다.

방송전에 일단 시청자를 위한 경고가 나오고요, 다른 프로그램에도 으례히 나오는 거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기분이 상당히 나빠지더군요.

 

-본 방송국 SBS은 이 프로그램이 일부 시청들에게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장면들이 담겨있음을 경고합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타이틀 "Cooking in the danger zone" 화면 입니다.

 

 

아래분이 제작자이자 진행자인 스테판 게이츠씨 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도로 시작해서 재래시장을 돌며 자기 생애에 딱 2 번 보았다는 계란으로 나오지 못한 알,미꾸라지도 보여주고, 참게도 보여주고, 말린 개구리인가요?..왜 항상 외국 프로그램들은 이런 모습들만 보여줄까요?

 

 

 

 

 보신탕을 하는 가계를 찾아 인터뷰를 하려고 하지만 모든 가계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요, "만약 찍으면 카메라 뽀샤 버릴거야" 하는 시장통의 우리 아저씨들 아줌마들.

 

 

결국 개농장을 하는 장소와 섭외가 되고, 이때부터 가이드 해주시는 방송국 분들과 취재분들이 동행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의 도움으로 (우리가 보기에는)그래도 제대로 된 개농장을 찾아가고, 근데 거기 개농장에 있는 개가 2000마리 라는 군요. 개농장 사장님이 나름대로 복장도 갖추어 주시고 농장 안에도 구경 시켜 줍니다. (우리가 보기엔) 그나마 나은 환경이지만 여전히 불편해 하는 스테판씨.

 

 

 

 한국의 개는 애완용도 있지만 가축으로서 음식화 될 수있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라고 개농장 사장님이 열심히 설명해 주고요,

 

 

심지어는 동행한 우리나라 취재분까지 그동안 BBC에서 촬영을 하고 편집은 안좋은 면만 방송에 나가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고 하여 취재한다 라고 열변도 하시고,

 

 

 그 개농장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식당에 와서 시식을 해보기로 한 스테판씨, 만드는 과정도 꼼꼼하게 보더니 아침도 안먹어서 배고프지만 그래도 결국 손을 대지 못하고, 좀더 더 많은 것을 보고 다시 와서 결정 하겠다고 합니다.

 

 

 대신에 처음 먹어보는 해삼, 해삼은 그래도 잘 먹고요

 

 

가이드 해주시던 분도 해외 방송 촬영중이니 우리나라 음식이라고 무던하게 해삼회 드셔 보려고 하지만 도저히 못 삼키시는.

 

 

도살 위기에 놓인 개를 데려다가 키워주시고 돌보아 주시는 분도 소개가 됩니다.  이분이 그동안 개를 도살하는 방법, 때려 죽이면 더 맛있다는 애기때문에 그렇게 죽어간 개들이 많았다고 사진까지 보여 주십니다. 스테판씨가 자신이 저널리스트로서 개고기를 먹어보아야 되는냐는 질문에 그건 개인의 선택이지만 안했으면 좋겠다고 답해 주시는 현명함도 보여 주시고요, 근데 여기서 "심각한 내용 전달의 문제"가 있었던거 같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사진들의 사람이나 흑백사진으로 보건데 분명 70년대나 오래된 사진인데 방송중엔 그 사진들이 과거의 사진이란 설명이 전혀 안나와  마치 현재도 아직  그렇게 나무에 매달아 때려 죽이는 것 처럼 방송이 되는 겁니다!!! 그 사진들 배경으로 그 출연하신 분이 매달린 개는 그래도 주인만을 믿고 바라보다 마지막에 숨이차고 매를 맞으며 비명을 지르며 죽어간다고 인터뷰가 나가고요.

 

인터뷰 하신분이 분명 예전엔 그랬었다라고 말씀을 하셨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하셨으리라 믿어여), 방송을 보면 마치 지금도 그렇게 개를 패서 죽인다고 생각이 들게 되는 거지요(시골 저 구석엔선 물론 그런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일반적이진 않지 않나요? 아무쪼록 저 시골이라고 그러지 않기를 정말 바랍니다)

 

 

방송에 나온 그 문제의 사진들. 흑백사진이나 인물의 스타일로 보아서 예전 사진이 분명한데 옛날 사진이라는 말이 전혀 안나오는 거에요, 정말 화가 나더군요.

 

 

 



그리고는 방송에 지역이나 이름이 나오면 안된다고 강조 강조 하시고 촬영을 허락한 개 경매 장소가 나오는데 여기부터가 더 문제가 생깁니다. 농장이 아닌 경매에 끌려 나온 개들이다 보니 조그만 철장에 담겨 나오고, 죽이는 것도 다른 가축처럼 고통없이 전기 쇼크로 죽인다고 그리 설명을 해도 " 여기서 잡은 개고기는 절대 안먹을거야" 하며 분노에 치를 떠는 스테판씨..

 

 

 

여기에서도 편집의 묘미가 나온건지 의심스러운 부분인데.뒤에 보면 "생방송 아주 특별한 아침"에 도표로  스테판씨의 이동경로를 설명하는데 한국의 음식문화를 알기위해 절에 오기전에 궁중 음식 식당에도 간거 같은데 그부분은 쏙 빠져 버렸더라고요.  궁중 음식의 화려함은 물론 이 프로그램의 컨셉에 안맞는다고 편집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봅니다.

 

여튼 절에 까지 온 스테판씨. 스님에게서 절간 음식도 배우고

 



불교의 스님으로 개고기 먹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는 질문에, 스님은" 물론 불교에선 살생을 금하라 하여 먹지 않음을 권하지만, 우리 조상님들이 즐겼던 하나의 음식 문화로 받아 드려야 한다" 답을 주시고요.

 

 

그다음엔 개의 수난만 보여주는 건 아니고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인터뷰 하는데, 그 중 한분 하고도 인터뷰 하고요, 그분도 " 그건 개인의 선택이지 누가 하라 하지 마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해 주고요." "개고기도 소나 닭같은 거나 마찬가지이다"

 

 

다시 식당으로 온 스테판씨,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모여 앉아 박장 대소를 하시며 보신탕 애찬을 하시고요, 스테미나에 좋고, 하루밤에 두번 ..

 



드디어 마지막 고민에 빠진 스테판씨, 보신탕을 먹는냐 마는냐, 가이드 하시는 분이 만약을 위해 닭백숙도 시켜 주셔서 , 보신탕이냐 닭백숙이냐 고민에 빠진 스테판씨..카메라는 돌아가고..

 

 

먹냐고요?? 마지막에 적을께요.

 캡쳐 화면으로만 설명하려니 조금은 부족한 면이 없진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 이랍니다. 기존에 소개되던 몬도가네식 소개 프로그램은 아니고, 진행자이신 스테판씨가 나름대로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고민도 보여집니다.

 

보고 나서 느낌은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신 모든 분들이 정말 눈물겹게 이 외국의 저널리스트에게 보신탕에 대한 우리의 문화와 다양성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외국인 시청자들이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까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한국은 개를 먹는 야만국이란 꼬리표만 더 달게 되지 않을까..좀 안타깝습니다.

 

그동안 만난 외국인들이나 외국 친구들과 얘기해 본 경험으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1. 서양인에게 동물은 세개의 카테고리가 확실하게 구분이 됩니다. 하나는 애완동물( a pet), 두번째는 가축(a domestic animal), 세번째는 야생동물(a wild animal) 입니다. 우리가 보신탕에 대한 반론으로 "프랑스는 달팽이도 먹고, 미국은 말고기도 먹고, 호주는 캥거루도 먹고, 일본은 산 물고기도 산채로 회도 떠서 먹는데 왜 보신탕가지고 난리야" 하지만, 서양인들의 생각엔 달팽이도, 말도, 캥거루도, 물고기도 야생동물이나 가축이지 애완동물이 아니랍니다. 그러니 그들의 음식 문화를 가지고 반론해도 소귀에 경읽기 입니다. 중국인들이 별의별 이상한 것을 먹는다고 해도 그것이 애완동물 카테고리에 들어 가지 않는 이상 엽기적인 문화로는 소개되어도 비난은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한국인에게 있어 개는 애완동물도 되지만 전통적으로 가축이다" 라고 해도, 서양인들에게 개는 아예 "Dog  is man's best friend(개는 인간의 제일 친한 친구)" 영어 경귀가 있을정도로 인간에게 가장 친한 친구( 아시다시피 심지어는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요)라는 사상이 너무나 강하게 박혀 있어 개가 가축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질 못합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에게 개가 애완동물만 될 수 있나요? 외국인 중에도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이러한 개에 대한 한국의 가축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누구이냐면 바로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입니다. "한국에서는 개가 가축이 될 수 있다"라는 문화의 다양성을 경험하지 못하거나 이해 못하는 외국인들은 아무리 다른 분야에 있어서의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한다 손 치더라고 한국의 보신탕 문화는 이해를 못하더군요.

 

2. 다양성을 인정하던 외국 친구들도 어디서 듣고 왔는지( 물론  이런 방송이 그 역할을 하지요)때려 죽인 개가 맛있다고 그렇게 죽이냐고 침을 튀기면 어느새 전 야만국에서 온 사람이 다시 됩니다. 여기서 우린 할 말이 없어지지요. 아무리 요즘은 그렇게 안죽인다, 전기로 죽인다고 해도 저런 방송을 보고 나면 아직도 한국은 개를 때려 죽이는 야만국으로 기억에 오~래 남지요. 근데 아직도 개사육장의 비위생적이고, 좁은 철장에서 살아가는 개들이 많은 것도 사실 이쟎아요, 외국의 보신탕 비난을 다시 비난하기 전에 이젠 식용개들의 환경을 개선해야죠. 여기서 정부의 권한이 미쳐야 하지 않는가가 생각되는데 정식으로 보신탕을 식품위생관리법 안에 수용할 수 없다면 동물 학대 차원에서 전담 부서도 만들고 철저한 단속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사육장과 도살의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다양성을 인정시켜도 보신탕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꿈도 꾸지 마십시오!!

 

방송 마지막에 스테판씨가 보신탕을 먹었냐고요? 그러더군요

 "이제 개고기를 먹는 것을 이해 할 수는 있다, 근데 내가 지금 먹는다면 그동안 내가 보아 왔던  개들에게 자행된 그 무자비한 고문들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먹을 수가 없다" 라고.

결국 이 스테판씨도 개들이 인도적인 방법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고통없이 도살한 가축 개념의 개라면 아마 보신탕을 먹을 수도 있었겠죠.